컬럼) 아동이 중심인 방과후 돌봄, 돌봄전문기관인 지역아동센터가 지킨다.
2025년 8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 아동 사무 이관 전면 반대’ 기자회견은 단순한 반대 시위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는 전국의 아동복지·사회복지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단체들이 함께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를 비롯해 가정위탁, 그룹홈, 학대피해아동쉼터, 다함께돌봄센터 등 아동을 직접 돌보고 지키는 최전선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의 외침은 명확하다. “아동정책은 아동의 자리에서, 아동의 언어로, 아동의 시선에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아동복지의 행정 주체였던 보건복지부는 보육·돌봄·보호·자립지원 등 아동의 전 생애 주기에 맞춘 통합 정책을 펼쳐왔다. 그 안에서 지역아동센터는 학교와 가정 사이의 안전망이자, 빈틈없는 돌봄 체계를 이루는 중추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이 아동 사무를 ‘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 이관하겠다고 한다. 명칭부터 정책 방향까지 ‘성평등’에 방점이 찍힌 부처로 아동 사무가 넘어가면, 아동복지는 성평등 정책의 하위 과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는 돌봄과 보호, 권익 보장이라는 아동복지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
특히 아동복지 가운데에서도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은 가볍지 않다. 단순한 방과 후 돌봄이 아니라, 우선돌봄(취약계층포함) 아동의 발달 지원, 심리·정서 상담, 학습·문화 활동, 가족 기능 회복 지원까지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지역아동센터가 보건복지부에 남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동복지는 의료·복지·돌봄이 연결된 통합 구조 안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만약 이관이 이루어진다면, 지역아동센터는 복지부와의 정책·예산·서비스 연계에서 단절을 겪게 되고, 이는 곧 아동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이번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아동복지와 사회복지 전 분야가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드문 일이다. 이 연대는 단지 법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아동을 위한 정책이 ‘정치 논리’가 아니라 ‘아동의 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다.
정치와 행정은 종종 ‘효율’을 이유로 조직을 바꾸지만, 아동복지는 숫자와 효율로만 재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아동의 하루, 한 달, 한 해는 돌봄의 빈틈이 생기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그 상처를 예방하는 것이 바로 현장에서 땀 흘리는 지역아동센터와 아동복지기관들의 사명이다.
이번 연대에 힘을 실어야 한다. 정치권은 법안을 밀어붙이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의무가 있다. 아동복지의 미래는 회의실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뛰노는 교실과 놀이터, 그리고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들어진다. 아동이 행복한 나라를 원한다면, 아동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
컬럼 기고: 최윤자 (전주동산지역아동센터장, 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