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센뉴스 – 최윤자 정책 칼럼]
기초학력 향상, 새로운 정책이나 다른 시스템보다는 믿을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보라, 지역아동센터를 자기주도 학습지원 거점으로 활용하자
기초학력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지역 간 교육 인프라 불균형,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 차이 등은 학습 결손을 불러오고, 이는 아이들의 삶 전체에 영향을 준다.
2025.6.3. 더불어 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자기주도학습센터’를 지역마다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습 능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보기에 그 취지는 반갑지만, 실행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이미 지역사회에는 20년 이상 아동 돌봄과 학습 지원을 함께 해온 ‘지역아동센터’라는 인프라가 존재한다.
정부가 말하는 ‘학습 결손 조기 발견’, ‘개별 학습지도’, ‘사교육 부담 경감’은 이 센터들이 오랜 시간 수행해 온 역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 한 것은 ‘지역에 새로운 자기주도학습 센터를 짓는 일’이 아니라 ‘기존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일’ 아닐까?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는 대개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방과 후 돌봄과 학습지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특성과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 상주하는 생활복지사는 단순한 보육자가 아니라, 아동의 생활, 정서는 물론 아이들의 학습 태도와 성취도, 감정 상태를 일상 속에서 관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적 돌봄 전문가이며, 지자체 파견 아동복지교사, 사회복무요원, 한국장학재단 파견 대학생 학습멘토링등 외부 교사와 연계한 1:1 개별 맞춤형 학습을 적극적으로 지원 해 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기주도 학습지원센터’가 정작 하려는 일은 이미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그 운영 기반은 학부모와 지역 주민의 신뢰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왜 새로 짓고 새로 뽑아야 하는가? 오히려 기존의 지역아동센터를 ‘기초 학력 책임 기관’으로 공인하고, 여기에 전문 교사와 예산을 투입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성도 높다. 특히 지방의 소규모 학교나 저소득 가정의 아동들이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는 공공형 대안 교육 플랫폼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여기엔 건물도, 사람도, 아이도 이미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적 인정과 체계적인 지원뿐이다. ‘센터’라는 이름만 다를 뿐, 기능은 이미 정착돼 있는 것이다. 정부는 학습격차를 줄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격차 해소는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지금 당장 머무는 공간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학습지원센터 설치 예산의 일부라도 지역아동센터에 투입된다면, 훨씬 많은 아이들에게 빠르고 지속적인 도움이 가능할 것이다.
돌봄과 학습이 결합된 ‘동네형 초등돌봄학습센터’, 바로 지역아동센터가 그 해답이다.
새로운 정책은 낯선 구조가 아니라, 신뢰 받고 작동 중인 공동체 자원과 손잡을 때 성공한다.
최윤자 |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 지역아동센터 센터장 / 전북 전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