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아동 학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또 한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익산에서는 계부에게, 대전에서는 교사의 손에…
보호 받아야 할 어린 생명이 가장 가까운 어른에게 학대 당해 숨졌다. 이 사건이 특별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아이들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그리고 매번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또다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정말 몰랐던 걸까?
학대받던 아이들은 항상 신호를 보낸다. 말수가 줄어들고, 몸에는 알 수 없는 멍이 생기고, 눈빛은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주변 어른들은 그 변화를 보고도 모른 척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신고가 들어가도 절차는 더디고, 보호 체계는 허술하다.
결국,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 아이들은 고통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 간다.
이번 대전 사건의 가해자는 교사였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도 폭력이 자행됐다. 익산 사건의 계부 역시 아이를 보호해야 할 가장 가까운 어른이었다.
가정과 학교조차 아이들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분노만으로는 아이를 지킬 수 없다
비극이 터질 때마다 사회는 분노한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분노는 잊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또 한 아이가 죽음을 맞이하고, 우리는 다시 같은 말을 반복한다.
분노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허망한 외침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학대 의심 사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곁에서 진정한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을 믿고 의지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 믿음을 저버리고 있다.
이제는 그 믿음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아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회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