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앞두고 ‘이제 날마다 뭐하고 사나?’라는 고심을 하다가 ‘지역아동센터 대표 겸 시설장에게는 퇴직금 한 푼 없이 자리에서 내쫓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화가 치민다.
‘무급 센터장으로 8시간 상근할 수 있다’라는 여지는 무슨 의미인가? 지역아동센터 대표들은 사재를 털어 24개월 센터를 운영해왔다. 나라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 취약자들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보람으로 그 자리를 지켜왔다.
정부는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처우는 언제까지 외면만 할 것인가!
요즘 기업은 물론이고 행정부 공무직도 정년 연장 제도를 도입했다. 그것만이 어려운 나라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도 ‘종신 교수’시대…정년의 벽 허문다.(조선일보)라는 기사가 떴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은 50세인 우수 교수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근무할 수 있는 ’70세 정년’을 보장한다’라고 했다.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전임 교수들은 건강만 허락된다면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적인 해택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나라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수진들을 현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반면 자신의 미래가 위협을 받는 비정규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이는 크나큰 사회적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한전도 송배전 근로자 11종의 기능자격 연령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한전이 제도 개편을 단행하게 된 것은 젊은이들은 몸으로 하는 힘든 일을 기피하고 있고 숙련 된 노동자 확보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에 있다.
지역아동센터에도 정년 연장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국 초등학교 늘봄 실시로 사회복지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정년을 70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청원을 해 왔지만 이 또한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자신들의 지위 향상을 가로막는 일이라는 이유로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나라의 정책이 개인의 이익에 따라 편향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력 군이다. 사회복지 분야에 인력이 부족할 경우 복지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결국 정부에서 대안으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해외 여성 인력으로 대체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는 마음의 상처가 많은 사회 취약자들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람을 고려하지 못하는 정책은 진정한 복지라고 할 수 없다. 말이 안통하고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노쇠한 부모와 자식들을 맡겨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일다.
사람을 돌보는 일은 단순 노동력만으로 대체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노동력만으로 문제 해결이 된다면 로봇을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이런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 할 실마리는 각계 각 층의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머리 맞대고 진심 어린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보완과 수정을 거쳐 정책 입안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박말임칼럼자는 수필가이면서 해바라기지역아동센터 대표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