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이 끝나면 **
길이 끝나면
박노해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 2025년 새해 첫날입니다.
지난 한해 동안 우리는 저마다의 방향과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그 길을 달려갔습니다.
물론 목표가 성취될 때에는 즐거웠고 목표가 좌절 때에는 아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애씀은 멈추지 않았고 이렇게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애쓰고 있는 우리에게 시인은 위로의 말을 건냅니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무거운 과거가 지난 겨울로 깊어졌기에 미래라는 새로운 봄이 새해로 시작하고 있다는 위로의 음성을 듣습니다.
그러나 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질문은 ‘정직한 절망’이었습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질문에 떠오른 단어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그 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이 단어를 통해 정직한 절망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시인이 말하는 ‘정직한 절망’은 ‘진인사(盡人事)’ 후에 맞닥뜨리게 된 벼랑 끝이며 그것이 ‘최선의 끝’이기에 우리는 감히 희망으로 대천명(待天命)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는 자기 다짐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시인의 고백처럼 정직한 절망 – 최선을 다한 우리의 모습 위에 서 있으니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일 년 열심히 달렸고, 걸었습니다.
섭섭했던 마음, 부족한 결과는 마음에 품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왔습니다.
물론 아쉬운 일들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부터 내 인생은 새로운 시작 – 희망으로 이어갈 것입니다.
새봄이 걸어 나오는 새해가 시작되고 내일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