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 **
진실
박노해
큰 사람이 되고자 까치발 서지 않았지
키 큰 나무숲을 걷다 보니 내 키가 커졌지
행복을 찾아서 길을 걷지 않았지
옳은 길을 걷다 보니 행복이 깃들었지
사랑을 구하려고 두리번거리지 않았지
사랑으로 살다 보니 사랑이 찾아왔지
좋은 시를 쓰려고 고뇌하지 않았지
시대를 고뇌하다 보니 시가 울려왔지
가슴 뛰는 삶을 찾아 헤매지 않았지
가슴 아픈 이들과 함께하니 가슴이 떨려왔지
– 살아가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시인은 말해 줍니다.
그중 하나는 ‘이루어보겠다’, ‘얻겠다’는 마음에서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우리들에게 익숙합니다.
스스로 까치발을 서고 자신이 큰 사람이라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행복도 목표로 정하고 길을 갑니다.
사랑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쫓아다닙니다.
고뇌를 통해 좋은 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갈급하는 마음을 채우고자 가슴 뛰는 일을 따라다닙니다.
자기를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지식으로 알게 하는 방식입니다.
삶의 흔적과 방향이 아닌 말로 가르치는 생활 방식입니다.
또 다른 방식이 있습니다.
살다 보니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키 큰 나무숲을 걷다 보니 스스로 커져 있음을 알게 되는 방식
옳은 길을 걷는 시간들이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방식
사랑으로 살다 보니 내 곁에 사랑이 이미 와있음을 깨닫는 방식
함께 아파하니 시가 울려 나오고 사람들이 기억하는 방식
이웃과 함께하는 동안 늘 가슴이 떨려 삶의 의욕을 놓지 않는 방식
이 방식으로 살았더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살아가며 보여줍니다.
말 대신 삶으로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살아온 삶의 흔적과 방향을 통해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가르쳐야 할까요?
드러나야 할까요?
이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칼럼리스트 이승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