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아동센터 중심 돌봄 체계가 필요하다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이 던진 질문
지난 2월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방과 후 돌봄교실을 이용하던 8살 어린이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변을 당했다. 가해자는 학교 교사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과 후 돌봄 체계의 허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늘봄교실과 같은 학교 중심의 돌봄 서비스는 교사의 추가 업무 부담, 안전관리 미흡, 개별 아동에 대한 관리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우리는 돌봄 시스템을 보다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향으로 개편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지역아동센터가 자리해야 한다.
현재 학교 돌봄 체계의 문제점
교사의 돌봄 부담 증가와 전문성 부족
현재의 방과 후 돌봄교실은 본래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은 수업뿐만 아니라 행정업무와 생활지도를 병행해야 하며, 돌봄 업무까지 맡게 되면 과중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돌봄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정서적·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반 교사들은 아동 돌봄과 심리 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안전 관리의 허점
대전 사건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귀가 과정에서의 안전 관리가 허술했다는 점이다. 학교 돌봄교실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을 귀가시키지만, 보호자나 학원차량 기사에게 아이를 직접 인계하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다.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학원 차량을 타거나 집으로 돌아갈 때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현재 학교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서적·심리적 돌봄의 부재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방과 후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돌봄이 절실하다. 특히,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 돌봄교실에서는 개별적인 정서 지원이 어렵고, 아이들이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지역아동센터는 정서적 지원을 포함한 종합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며, 전문 상담사와 복지사들이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지역아동센터 중심 돌봄 체계로의 전환 필요성
전문 인력을 통한 맞춤형 돌봄 제공
지역아동센터에는 아동복지 전문가 시설장, 사회복지사, 아복교사, 자원봉사자 등 아동 돌봄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아동의 개별적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취약계층 아동들의 경우 정서적·심리적 지원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지역아동센터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이다.
안전한 돌봄 환경 조성
학교는 본래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된 곳이다. 따라서 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지역아동센터는 돌봄을 위해 특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귀가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여, 아이들이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인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아동 안전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장기적인 돌봄과 정서 지원 가능
학교 돌봄교실은 학기 중 방과 후 일정 시간 동안만 운영되며, 방학이나 주말에는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는 방학 및 주말에도 운영되며,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머물며 돌봄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은 일관된 돌봄 환경이 필요하며, 지역아동센터는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 돌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
대전 초등학생 사망 사건은 학교 돌봄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이제는 돌봄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학교 중심이 아니라, 지역아동센터 중심의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며, 안전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 당국, 그리고 지역 사회가 협력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 돌봄의 미래는 우리 사회의 미래다.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
▶박문수칼럼가는 지아센뉴스 편집인이며 향기로운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