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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좀 자게 해주세요”…아동의 건강권, 이제는 되찾아야 할 때

대한민국의 아동들이 충분한 수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심층분석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34.9%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평균 수면 시간은 7.9시간으로, 미국 수면재단이 권장하는 연령별 적정 수면 시간(6∼13세: 9∼11시간, 14∼17세: 8∼10시간)에 크게 못 미친다.

수면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학업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아동들은 ‘학원·과외’(34.3%)를 가장 큰 수면 방해 요인으로 꼽았고, 이어 ‘숙제·인터넷 강의 등 가정학습’(15.2%), ‘야간 자율학습’(10.8%) 등도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SNS 사용, 게임, 영상 콘텐츠 시청 등 디지털 기기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수면 부족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 아동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수면은 성장기 아동에게 필수적인 생리적 과정이며, 신체 발달뿐 아니라 정서 안정, 학습 능력, 면역력에도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환경은 아동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지우고 있으며, 이는 건강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수면권을 포함한 건강권을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수면학회 관계자는 “수면 부족은 집중력 저하, 우울감, 성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아동이 충분히 자고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권리 보장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아동의 건강권은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도 명시된 기본권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공부하는 기계’로 내몰리는 아이들이 많다. 이제는 교육의 방향을 재정립하고, 아동의 삶의 질을 중심에 두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수면 부족은 단지 하루의 피곤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동에게 어떤 삶을 허락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아이들이 충분히 자고, 놀고, 성장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다. 아동의 건강권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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