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 노동조합에서 전국 초등학교 선생님들(관리자포함)을 대상으로 늘봄학교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2024년 9월 24일 정부서울청사앞에서 하였다.
[기자회견 전문]
2024학년도 2학기를 기점으로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는 달리, 인력 및 공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많은 학교에서 현장 교사들이 혼란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전희영, 이하 전교조)는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3일까지 교장‧교감을 포함한 전체 초등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실태조사에는 전체 초등학교 중 약 30%에 달하는 1,704개교 사례가 접수되었으며, 현장 교원들은 교육부의 무리한 늘봄학교 전면 도입으로 발생한 여러 문제점을 성토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공간 부족으로 교육과정 운영, 업무 수행에 악영향 ▲불안정한 인력 투입, 모호한 업무 경계 등으로 업무 이관 미흡 ▲방과 후 안전관리, 민원 등의 업무 과중 ▲늘봄 수요조사 대비 실제 참여 인원 격차 발생으로 인한 혼란 가중 등의 파행 사례가 확인되었다.
조사 결과, 인력 측면에서는 약 81.6%의 학교에서 업무 전담 인력이 채용되었으나, 채용되지 않았거나 채용 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한 학교가 80.7%에 달했다. 특히 업무 전담 인력이 채용된 학교 중 48%가 교원이 그대로 업무를 담당하거나 채용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업무 이관이 완료되지 않았다. 이는 교육부가 학교 현장의 준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강행한 결과로, 업무 전담 인력을 채용하여 학교의 업무 부담을 경감 한다는 계획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공간 측면에서는 늘봄학교 운영에 따른 별도 업무 공간이 마련된 학교는 22%에 불과했으며, 기존 연구실과 교무실을 활용하는 학교가 32.8%, 업무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복도 등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 학교가 21%에 달했다. 또한 늘봄학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학년별 교실을 겸용하는 경우, 장기적‧안정적인 교사 업무 공간이 마련되었는지 묻는 문항에서 긍정 답변(그렇다, 매우 그렇다)의 비율은 응답 교사 중 43.6%에 불과했다.
특히 이번 실태조사에서 현장 교사들은 교육 당국이 늘봄학교 강행 과정에서 탁상행정, 졸속 행정으로 빚어진 현장 고충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응답 교사들은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정부 공약을 실천한다는 이유로 무작정 늘봄학교를 도입한 것이 당황스럽다”, “늘봄학교 운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기초학력 지원 예산, 다문화 교육 예산 등이 삭감되었다”, “예상되는 문제들이 많음에도 ‘일단 시작하면 학교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그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난다”, “공간,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져 현장에 혼란과 반목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는 아무 문제 없이 늘봄학교를 추진할 수 있을 것처럼 각종 홍보와 광고에 몰두했으나,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실무를 도맡아야 했던 학교 현장은 결국 각종 문제에 직면했다. 교육부의 늘봄학교 전면 도입은 갑작스레 늘봄 업무를 떠맡아야 할 교직원, 학교 적응할 틈도 없이 장시간 교실에 머물러야 했던 학생, 질 높은 프로그램을 기대했던 학부모들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위압적인 ‘행정 폭력’이다.
전교조는 각종 파행 사례에 적극 대응할 것임은 물론,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철회시키기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교육부는 허울뿐인 소통이 아니라 진짜 현장 의견을 수렴하여, 더없이 부실한 늘봄학교 전면 도입을 철회하라. 교사와 학생 모두 숨 쉴 틈도 없는 늘봄학교를 중단하고, 현장의 우려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