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묘역에서 해설사 설명을 들으며 기록하고 있는 어린이들
지천으로 봄꽃이 피었다 지고 꽃비가 흩날리는 계절이다. 가족과 친구들과 놀이공원이나 동물원으로 봄놀이를 갈수도 있을 터인데 전주에 있는 따숨지역아동센터 운영위원과 어린이 41명은 지난 4월 19일 5.18을 기억하기 위해 광주로 역사나들이를 떠났다. 올 해는 5.18민주화운동이 45주년을 맞는 해이다.
따숨 어린이들은 역사나들이를 준비하며 영화 택시운전사, 그림책 <씩스틴>,<오월의 딸기>,<오월의주먹밥>,<오늘은 5월 18일>를 읽으며 5.18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질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45년 전 광주의 시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도왔는지를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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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선 어린이들은 광주 북구에 있는 국립 5.18민주화묘지에 도착하였다. 입구부터 기념탑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햇살이 부서지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바람결에 흩날렸다. 신우정 으뜸지기 어린이가 분향을 하고 단체 참배를 마친 뒤에 어린이들은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져 간 광주 시민들의 묘지를 돌며 묘비의 글귀를 읽기도 하고 어떤 무덤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기도 하였다.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열심히 기록하던 박서현 어린이는 묘비 옆 사진액자에 얼굴 대신 왜 무궁화꽃이 있냐고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였으며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문재학의 묘를 찾아보기도 하였다.

점심을 먹고 걸어서 도착한 금남로 앞 전일빌딩, 복원공사 마무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옛 전남도청이 내다보이는 전일빌딩은 헬기 사격까지 서슴치 않았던 계엄군의 만행을 245개의 탄흔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전일빌딩에서 나와 50여 미터 거리에 있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1년 5.18민주화운동 기록물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아시아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 되었다.
기록관에는 45년 전 민주화의 열망, 학살, 저항의 기록들이 가득 차 있다. 부상 당한 시민군들의 치료를 위해 자발적으로 헌혈을 했던 광주 시민들의 모습, 침묵하는 언론을 대신하여 시민 스스로 만들었던 투사회보, 최후의 항쟁지였던 전남도청의 기록, 외부로부터 단절된 광주시민들의 시민 자치와 자치공동체의 상징이 된 주먹밥, 그 주먹밥을 나르던 ‘양은 함지박’을 보았다.
45년 전 항쟁의 현장, 금남로 일대를 걸어다닌 어린이들은 늦은 시간 새참으로 광주의 주먹밥을 먹으며 다시금 5.18이 주는 역사 정신을 마음에 새겼다. 역사나들이 <5.18을 따숨가족 품안에>를 준비한 한경순 센터장은 ‘어린이들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가 얼마나 큰 희생을 통해 피어난 꽃인지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