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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 – 이승정 글모음

합주 

혼자서는 느리거나 빠르다

둘이면 조금 빨라지고
셋이면 조금 더 빨라진다

사랑에 빠질 때도
사랑이 빠져나갈 때도

둘의 박동은 심장을 건너뛰고
셋의 박동은 심장을 벗어나기도 한다

희망이 달려갈 때도
희망이 달아날 때도

셋이면 경쟁이 되고
넷이면 전쟁이 된다

여럿이 부르는 신음을
우리는 화음이라 한다

* 직장 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모임에 속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서로 다른 생각들로 인해 엉키고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이는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소리를 끙끙거리는 불평의 소리로 듣습니다.
마음이 상하여 앓은 신호로 받아드립니다.
그런데 시인은 서로 엉키고 부딪쳐 나는 소리를 긍정적으로 듣습니다.
끙끙거리는 소리가 조화를 이루면 화음이 된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소리들이기에 균형만 잘 이루면 멋진 화음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픔과 부정적 현실 속에서 시인은 멋진 균형이 이루어진 화음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화음의 소리를 들은 시인은 ‘혼자서는 느리거나 빠르다’, ‘사랑에 빠질 때도 사랑이 빠져난갈 때도’ 등등 동음이의어와 다의어, 유사어를 조합해 화음의 소리로 표현합니다.
서로 다른 마음들을 비숫한 단어로 엮고 켜켜이 문장으로 쌓아 올려 멋진 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끙끙거리는 신음 소리로 합주를 할 수 있을까요?
앓는 소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소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드리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모습인 것을 인정해 주면 합주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소리가 아니라 다른 소리가 나기 때문에 화음을 만들 수 있다고 인정해주면 됩니다.
너와 나, 너와 그, 그와 내가 서로 다른 신음 소리를 내고 있음을 인정해 줄 때 우리는 멋진 합주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불평과 불만이 아닌 다른 소리라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서로의 삶을 조화롭게 만드는 기회라고 긍정적 자세로 받아드리면 합주는 가능하게 됩니다.

저는 <합주>라는 시를 읽고 나서 스스로를 생각해 봅니다.
나는 화음을 이루는 합주를 위해 독립된 내 삶의 소리를 내고 있는가?
아니면 끙끙거리는 소리만을 내고 있는가?

모임에 가서 마음 상한 적이 있으시지요?
그래서 다시는 그 모임에 가고 싶지 않으시지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때가 있으신가요?
그럼 이번에는 가기 전 스스로 자신에게 말해 주기 바랍니다.
‘나와 다른 아픔을 가진 사람은 어떤 소리를 내는지 한 번 들어볼까?’
나와 다른 소리라고 인정하면 그 소리가 긍정적인 소리로 들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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