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최윤자 기고)
아동복지는 ‘복지’이지 ‘성평등’이 아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사회취약계층 아동들의 돌봄, 교육, 보호, 정서지원을 총체적으로 담당해온 핵심 복지 인프라다. 이는 교육과 복지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며, 무엇보다도 아동의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이라는 국제아동권리협약의 실천 영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아동정책이 여성정책을 중심으로 재편된 ‘성평등가족청소년부’로 이관되는 것은 기능적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성평등을 중심으로 한 정책 부처가 돌봄복지와 발달지원이라는 다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이는 부처의 역할 혼란, 정체성 실효성 저하, 아동정책의 뒷전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정책 이관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다
행정조직 개편은 단순한 ‘사무 이관’이 아니다. 조직이 바뀌면 예산의 흐름이 달라지고, 업무의 우선순위가 변하며, 정책 철학 자체가 변질된다. 지금껏 지역아동센터는 보건복지부의 ‘아동복지과’ 및 ‘사회서비스’ 체계 속에서 발달해왔다. 의료복지, 정신건강, 발달지연 조기개입 등 통합 돌봄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돼 왔던 것이다.
이러한 기반을 성평등이 2025년 7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 되면서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기능이 대대적으로 개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소관이던 아동 관련 사무가 ‘성평등가족청소년부(가칭)’로 이관된다면 아동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전문가들과 실무자들에게 깊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역아동센터의 향방이다.
성평등이라는 ‘프레임’ 속에 집어넣는 것은, 과거 여성 정책이 “가족”을 덧씌우며 아동과 청소년 정책을 흡수했던 과오를 반복하는 격이다.
누구를 위한 조직개편인가
이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아동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조직 논리에 따른 재편이라는 데 있다. 조직 효율화나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아동정책이 흘러가서는 안 된다.
아동은 단순한 정책 대상이 아니라, 한 사회의 미래다. 성평등이라는 대의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아동을 억지로 끼워넣어선 안 된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보건복지부 내에서 아동정책 전담 기능을 더 강화하는 것이며,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기반시설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예산과 인력, 처우개선 그리고 행정적 독립성이다.
지역아동센터를 아동복지의 본질로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 아이들의 삶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지금의 개편안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잘못된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