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실패 *
나의 실패
김영천
“동물의 세계”를 보다가
군함 갈매기나 흰머리 독수리들이
수 천, 수 만년을 내내 날아오르고
또 내려앉는 것들이
만만하게만 보이는 착지를
쉬이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네
날개를 접으며
다리를 모으며
땅에 내려서는 그대로 서지 못하고
미끄러지며 넘어지며 한참이나 가다가
겨우 서네
살며시 내려앉는 방법을 아직 모르고
아하, 나의
가끔의 실수가 그렇구나
오래 오래 익숙하여도
나의 실패가 그렇구나
군함갈매기나
흰머리독수리처럼 비척비척거리다가는
아닌 듯, 의젓하게 서서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네
혹여,
눈치 채셨는가
* 수천 년 수만 년이나 같은 일을 해오던 갈매기들도 제대로 착지를 못할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그리고 나 역시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실수하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것입니다.
군함갈매기처럼, 흰머리독수리처럼 비척비척거리다가 얼른 아닌 듯 의젓하게 서서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는 위선적인 행동도 합니다.
혹여 눈치 챈 사람 없나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살피는 내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눈감아 주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모른 척 해 주었습니다.
때로는 넘어졌을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고,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할 때에는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이가 있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모두 실수하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고, 여전히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내 실수를 곱게 봐주던 눈길들이 점점 사라지고 혼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내가 다른 이의 실수를 곱게 봐주어야 하는 때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면 내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입니다.
실수하고 내 눈치를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나도 모르게 어른이 되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기도합니다.
“내 실수 때문에 다른 사람이 마음 다치게 않게 하시고, 남의 실수를 눈감아주는 여유있는 어른이 되게 하소서.”
오늘도 많은 이들이 내 곁에 달려옵니다.
군함갈매기처럼 비척비척거리다가 달려와 자기를 봐 달라고 합니다.
말 대신 따스한 손길 한 번 내밀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