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번째 봄 **
마흔 번째 봄
함민복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보았으면
** 이 시는 시인이 마흔 살에 썼습니다.
‘왜 굳이 마흔 번째 봄이어야 할까? 나는 마흔을 훌쩍 지났는데…’라는 생각도 잠시 이 시는‘마흔’이라는 나이에 붙어 있는 ‘불혹(不惑)’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시인이 토해 놓은 고백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40년의 시간을 집약해서 단순하게 표현합니다.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 꽃 핀 봄 산처럼 / 꽃 지는 봄 산처럼 / 꽃 진 봄 산처럼”
변함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40년 동안 변함없이 자기만 생각하는 시간을 살아왔지만 이를 깨닫지 못했다는 고백입니다.
그런데 40이 되어서야 봄 산이 보낸 연서에 눈이 갔습니다.
봄 산이 연서로 느껴지자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봄이 보내는 연서는 ‘누군가의 가슴을 한번 울렁여보았으면’하는 몸짓인 것을 느꼈습니다.
봄 산은 변함없이 울렁이는 연서를 40년째 보내고 있었습니다.
40년 동안 봄 산은 그 자리에서 다양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지만 무엇에 홀렸는지 시인은, 그리고 나는 단 한 번도 울렁이는 마음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불혹이라 표현되는 마흔의 나이가 되어서야 봄 산이 보낸 연서를 읽게 되었고 그동안 봄 산이 보내준 연서를 울렁이는 마음으로 보지 못한 이유를 반업법적인 시어로 표현합니다. “나도 누군가의 가슴 / 한번 울렁여보았으면”
이 시어는 40년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본 고백입니다.
40년이란 시간 동안 오직 자신 능력을 남에게 보여주기 바빴고, 자신이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광고하기에 바빴고, 성공 소식을 전해주느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울렁거리는 마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깨닫습니다.
시인이 불혹의 나이에 알게 된 진리는 내가 가진 아름다움, 내가 가진 재주, 내가 사용하고 있는 달란트는 나를 위해서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을 울렁여보기 위해서 창조주가 주셨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가슴을 한 번이라도 울렁이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봄 산은 꽃 피기 전 봄 산으로, 꽃 핀 봄 산으로, 꽃 지는 봄 산으로, 꽃 진 봄 산으로 늘 한결같은 자리에 있었던 것입니다.
울렁이는 마음은 변함없는 사랑으로 봄 산처럼 제 자리를 지킬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울렁이도록 귀한 문자 하나 보내면 어떨까요?
마음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울렁이는 말 한마디 준비하여 전화로 들려주면 어떨까요?
마음이 심쿵하고 울렁이도록 선물 하나 준비해 전해주면 어떨까요?
사랑하는 이의 마음이 심쿵하면 내 마음도 심쿵하지 않을까요?
저는 마음은 당신으로 인해 울렁이고 있습니다.
제 카톡을 당신이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