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ck1
clock
아동복지기관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 일반

*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

*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을 사랑하는 그도 그렇게 믿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이런 나의 마음과 행동들이 사랑하는 그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내가 사랑하기에 그가 변화되기를 바랬습니다.
연인이기에, 부모이기에, 이웃이기에, 내 아이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친구이기에 내가 옳다고 믿는 것들을 강요하며 살았습니다.
오늘의 시는 이런 우리들을 돌아보게 합니다.

야채만 먹던 소녀가 어떻게 삼겹살을 즐겨 먹는 아줌마로 변신했는지 그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사랑은 야채와도 같아서 씨앗을 심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돋아나는 새싹과 같은 것이라고 정의’하고 이런 자신의 사랑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 식탁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했던 그이는 그녀의 사랑과 달리 그녀의 사랑 일부만을 받아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에 대해 그는 불만을 표시합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그이를 위해 식탁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결국 그녀의 식탁은 다양한 음식들로 가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러는 동안 서로가 물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랑은 함께 하는 동안 서로가 물들어 가는 것이라고 전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을 내어놓았습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지나면서 그녀는 함께 좋아하는 것을 내어놓았고, 그이는 모든 것을 즐겁게 먹었습니다.
이런 변화를 시인은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로부터 시작하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고백합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내 옳음으로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도록 상대에게 물들어 가는 모습이 사랑이라고 시인을 말합니다.
상대의 변화보다 서로 물들어 가는 사랑은 어떨까요?

위로 스크롤